온다. 어둠의 문을 밀며, 몰려나오는 흐린 실루엣. 무슨 말을 몸에 적어달라는 것인가. 독재의 검열관들은 내 약 혼자의 연극 대본에서 글자들을 앗아갔다. 하는 수 없이 배우들은 판토마임으로 공연을 채웠다. 나는 공연 내내 오열했다. 흑. 흑. 흑흑. 나만 아는 대사를 그 몸짓에 올리 면서. 배우들의 손짓이 말해달라고, 말해달라고 나에게 소리치는 것 같았다. 흰 종이 위의 글자들이 풀려 가느다 란 줄이 되더니 내 몸을 칭칭감았다. 김혜순 ,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?, 139쪽

_ 나만 아는 대사를 그 몸짓에 올리면서. 배우들의 손짓이 말해달라고, 말해달라고 나에게 소리치는 것 같았다. 흰 종이 위의 글자들이 풀려 가느다란 줄이 되더니 내 몸을 칭칭감았다. 김혜순 ,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?, 139쪽

누가 말하지 않아도 탄먼지 일어 눈을 못 뜰 때 우리는 그냥 돌아서기만 해요 그러다 또다시 고무줄을 하고 놀다 지치면 집으로 가요

탄광 기계소리 하루종일 끊이지 않아도 누구 하나 시끄럽다 말하지 않아요 놀다보면 그 소린 듣지도 못해요

니 맘대로 써 -백창우

니가 쓰고 싶은 걸 니 마음대로 써 니 말대로 말야 니만 좋으면 돼 시 쓰면서 눈치 볼래면 머하러 시를 써 세상에 시 쓰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니가 아무리 잘 써 봐 그래도 다 맘에 들어 하진 않아 그냥 니 맘에 들면 돼 니 맘에도 안든다고? 그럼, 버려